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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 금송아지의 약속 (작가 양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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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아지의 약속 (작가 양현미) -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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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야~~”

수진이가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나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높이 들었다.

주희야, 네 가방에 오리 그림 귀엽다. 네가 그렸어?”

, 꽥이 캐릭터 마음에 들어?”

, 나도 갖고 싶다. 하나 그려줄래?”

그래. 너만 특별히 해줄게.”

수진이는 기분이 좋은지 꽥꽥 오리 흉내를 냈다. 나도 오리처럼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흔들었다.

체육시간에 피구를 했다. 나는 세게 날아오는 공이 너무 무서워 으악하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때 수진이가 잽싸게 몸을 날려 공을 잡았다.

, 살았다. 수진아 고마워.”

고맙긴. 주희야, 괜찮아?”

나를 구해준 수진이가 원더우먼처럼 용감해보였다. 주저앉은 내게 손을 내밀며 괜찮은지 물어보는 수진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무엇보다 수줍음이 많은 나는 솔직하고 유쾌한 수진이가 부러웠다. 사소한 일에도 배꼽잡고 깔깔 웃게 만드는 수진이가 곁에 있어서 나는 늘 학교 가는 길이 즐겁고 행복했다.

점심시간에 수진이랑 나란히 앉아 급식을 먹으며 속삭였다.

수진아, 우리 내일 분홍색 티셔츠에 초록색 치마 입고 올까?”

, 좋은 생각! 우리 꼭 커플 같겠네. 하하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진이가 크게 웃었다.

5교시 전래놀이 시간에 나는 수진이와 다른 편이 되었다. 8자놀이를 할 때 나는 술래를 이리저리 잘 피해 다녔다. 그런데 앞 친구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주위를 살피는데, 누군가 내 발을 세게 밟아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서주희! , 선 밟았잖아. 얼른 나가!”

수진이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아이들이 모두 빨리나가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창피해서 숨고 싶었지만 너무 아파서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내 편을 들어줄 수진이가 나를 골탕 먹였다고 생각하니 배신감에 화가 나서 더 눈물이 났다.

이수진, 너랑 다신 안 놀아.”

나는 울먹이며 외쳤다.

선 밟았다고 말한 게 잘못이니? 그렇다고 울면 어떡해?”

수진이의 말이 겨울비처럼 차갑게 들렸다. 발을 다쳐서 너무 아픈데, 그런 줄도 모르고 신나게 웃는 네가 너무 밉다고 수진이에게 말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진이가 아무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삐진다고 말할까봐 조금 겁도 났다.

다음날 아침, 수진이가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홍티셔츠에 초록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주희야, 왜 분홍티셔츠 안 입고 왔어?”

옷장을 찾아봤는데 없더라.”

못 찾았어?”

.”

나는 눈도 꿈적 안하고 거짓말을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는 수진이가 얄미웠고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학교에서 수진이가 말을 걸까봐 일부러 피해 다녔다. 그리고 학교 끝나자마자 후다닥 집으로 왔다.

토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는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아빠, 등산 언제 가?”

어쩐 일이야. 오늘은 수진이랑 안 놀아?”

몰라. 바쁘대.“

나는 거짓말 선수처럼 둘러댔다. 등산 같이 가자는 말에 아빠는 웬일이냐며 좋아했다. 아빠와 완산칠봉으로 향했다. 산을 오르는 내내 자꾸 수진이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가 내 표정을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

지난번에 수진이 데려 온다고 했었지? 오늘 같이 오지 그랬어?”

몰라.”

왜 그래? 둘이 싸웠니?”

……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걸었다. 하늘은 맑은데 내 마음은 흐렸다.

어느새 장군봉 앞까지 왔다.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확 트였다. 멀리 수진이네 아파트가 보였다. 수진이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수진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받아줄까.’

수진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흔들어도 이상하게 더 생각이 났다. 신록이 우거진 숲속을 걷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바람도 불지 않아서 힘들었다.

아빠, 더워. 다리도 아파요.”

우리 공주님이 힘들면 안 되지.”

아빠가 그만 올라가자고 했다. 나는 아빠 뒤를 졸졸 따라서 내려왔다. 옥녀봉 쪽으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반짝하고 빛났다.

저게 뭐지?’

나는 궁금해서 그쪽으로 뛰어갔다. 무학봉이라는 이정표를 지나자 커다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아빠랑 완산칠봉에 몇 번 와봤지만 오늘 처음 보는 바위였다.

헉헉, 주희야, 갑자기 뛰어가면 어떡해?”

아빠, 이 것 좀 봐요.”

여기에 이렇게 큰 바위기 있었나?”

아빠도 그 바위를 처음 본다고 했다. 나는 바위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꼭 소처럼 생겼어요. 할머니 댁에서 본 소보다 엄청 커요.”

정말, 그렇구나.”

바위가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나는 두 발로 껑충껑충 뛰면서 크기를 재어보았다. 아빠는 그런 내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아빠, 열다섯 걸음이나 되요. 바위에 올라가 볼게요.”

주희야, 조심해.”

아빠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지만 나는 커다란 바위에 거침없이 올라가 주먹을 꼭 쥐고 섰다. 마치 내 무거운 마음을 딛고 선 것 같았다.

수진아! 8자 놀이할 때 선을 밟은 건 내 잘못이 아니야. 발을 밟혀서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친구가 아픈 것도 모르는 넌 바보야!”

목이 터지도록 외쳤더니 속이 후련해졌다. 처음엔 이럴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수진이를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아빠는 못 본 척 하고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아빠, 그만 가요.”

주희야, 여기 좀 볼래?”

아빠가 바위 옆에 있는 안내판을 가리켰다.

옛날에 완산칠봉 금사봉에 금송아지가 살았대.”

그래요? 이 바위가 원래 금송아지에요?”

. 금송아지가 금사봉 도량등천을 자유롭게 놀고 있을 때, 옥녀봉에서 옥녀가 금동아줄 한 가닥만 주면 하늘에 오를 수 있는 감로수를 주겠다고 했대. 금송아지는 도량등천을 벗어나면 안 되는데 옥녀에게 금동아줄을 주려고 옥황상제와 한 약속을 어기고 옥녀봉까지 간 거야. 그래서 이렇게 바위가 되고 말았단다.”

아니, 약속을 한 번 어겼다고 바위로 만들었단 말이에요? 옥황상제 나빠요!”

내가 투덜거리자 아빠는 그게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약속은 중요한 건데, 금송아지가 지키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지.”

그럼, 약속 안 지킨 사람은 다 바위가 되겠네요.”

나는 문득 수진이랑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떠올라 빨리 바위 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빠, 그만 집에 가요.”

그날 밤 꿈속에 금송아지가 나타났다. 금송아지가 나를 등에 태우고 완산칠봉과 한옥마을을 날아다녔다. 경기전도 풍남문도 아주 작아 보였다.

야호, 야호!”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마치 하얀 구름을 탄 선녀가 된 것 같았다. 그때 금송아지가 나에게 하얀 꽃을 내밀었다.

이건 까치수염꽃이야. 할아버지수염 같지? 어헴~.”

하하하, 예쁘다. 아빠랑 정해사 앞에서 본 꽃이네. 에헴~”

금송아지는 할아버지처럼 수염을 만지는 시늉을 했다. 나도 질세라 할아버지 목소리를 흉내 냈다. 금송아지와 나는 맘껏 웃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어느덧 밤이 되어 오목교 앞 징검다리에 나란히 앉았다. 밤하늘에 별들이 잘잘 흐르는 냇물 위에 반짝거렸다.

별이 참 예쁘다.“

그러게. 내가 하늘에서 쫓겨난 그날도 별이 참 예뻤지.”

하늘에서 쫓겨났다고?”

, 죄를 지어서 완산칠봉으로 쫓겨 왔어.”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다 바위가 됐어?”

, 혹시 엄마랑 떨어져서 살아본 적 있어? 나는 하늘에 계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옥녀에게 감로수를 받아 하루빨리 하늘로 가고 싶었어. 내 욕심 때문에 옥황상제와 한 약속을 잊어버린 거지. 엄마는 지금도 하늘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실거야. 엉엉엉~.”

금송아지는 이제야 잘못을 깨달았지만, 혼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나는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며 위로했다.

, 낮에 네가 바위에서 수진아!“하고 외치던데 누구야?”

나는 수진이랑 싸웠던 이야기를 금송아지에게 들려주었다.

, 수진이랑 같은 옷 입기로 한 약속을 왜 안 지켰어?”

내 마음을 몰라주는 수진이가 너무 미웠어.”

, 그랬구나.”

, 그땐 몹시 화가 났어.”

금송아지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 화해할 수 있다며 나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했다. 나는 금송아지와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기로 하고 약지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잠에서 깬 나는 아껴두었던 꽃무늬 편지지를 꺼내 오리를 정성껏 그렸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8자 놀이 할 때 밟혀서 아팠는데 수진이가 몰라줘서 서운했던 일, 옷을 똑같이 입기로 했는데 일부러 약속을 어긴 일, 그런 내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은 마음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그리고 완산칠봉에 같이 올라가서 내 친구 금송아지 바위를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편지를 가방 속에 잘 넣어두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분홍 티셔츠에 초록색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갔다. 수진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교문 앞에 서서 수진이를 기다렸다. 

osg6355 | 조회 7921 | 2018-10-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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