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 호랑이의 눈물 (작가 권옥)
호랑이의 눈물 (작가 권옥) -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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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아, 달순아, 놀자.”
아침밥을 먹자마자 토끼랑 노루, 다람쥐가 찾아 왔다.
“어머니, 오늘은 저 쪽 옹달샘 가에서 놀다 올게요.”
해동이와 달순이는 동물들을 따라 옹달샘 쪽으로 달려갔다. 옹달샘에 도착하자마자 토끼는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앞발을 내밀었다.
“오늘은 숨바꼭질 하자.”
“우리는 못 놀아.”
“왜?”
해동이의 말에 동물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곧 겨울이 오니까 오늘은 나뭇가지를 모아야 해.”
“아까 어머니한테는 옹달샘 가에서 논다고 했잖아.”
“어머니가 아시면 우리도 아버지처럼 다칠까봐 걱정하니까 거짓말 한 거야.”
해동이와 달순이는 아픈 아버지를 도우려고 작은 나뭇가지라도 줍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는 지난 해 나무를 지고 돌아오는 길에 발을 헛디뎌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한 쪽 다리도 절고 귀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우리도 도울게. 나뭇가지 많이 주우면 같이 놀 수 있지?”
심심한 동물들은 빨리 놀고 싶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잔가지가 많은 곳을 알려주었다.
“너희들 덕분에 많이 주웠어. 이제 숨바꼭질 하자. 내가 술래 할게.”
“어휴, 너무 많이 뛰어다녀서 이제 숨바꼭질은 힘들어.”
노루가 헉헉 거리며 주저앉았다. 다람쥐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럼 누가 알밤 많이 줍나 내기하자.”
알밤 얘기에 달순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빨리 알밤 줍기 하자. 우리 어머니가 군밤을 진짜 좋아하시거든.”
“어이구, 너희들은 맨날 아버지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 밖에 모르니?”
“히히, 맛난 군밤 만들어서 너희들도 줄게.”
해동이와 달순이는 동물 친구들 덕분에 나뭇가지랑 알밤을 많이 주워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버지는 망태를 짊어지고 산에 오를 채비를 했다. 해동이와 달순이는 몸도 성치 않은 아버지가 일을 하러 가는 게 싫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말렸다.
“방에만 앉아있으면 답답해서 그렇소. 산야초나 뜯어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아버지가 아픈 다리를 절룩거리며 산으로 올라갔다. 저녁때가 되자, 어머니가 마지막 남은 감자 네 개를 삶았다.
“얘들아, 오늘 저녁은 감자뿐이구나. 어서 한 개씩 먹어라.”
“아버지 오시면 함께 먹을래요.”
“저두요.”
해동이와 달순이는 배고픈 것을 참으려고 노래를 불렀다.
“어디까지 오셨나?”
“수수밭까지 오셨지.”
“어디까지 오셨나?”
“고구마밭까지 오셨지.”
해동이와 달순이는 아버지가 올라 간 산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배고픔에 지친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얘들아, 아버지 것만 남겨놓고 너희들은 어서 먹고 자거라.”
“아니에요. 아버지가 곧 오실 거예요.”
“저두 기다렸다 같이 먹을래요.”
해동이와 달순이는 배가 너무 고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해동이는 꿈을 꾸었다. 나뭇가지를 잔뜩 주워 달순이와 집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어 흥!”
호랑이 소리가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뒤를 돌아보니 산등성이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입을 쩍 벌리고 아버지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절룩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아버지를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
“오빠, 아버지가 위험해.”
“큰일 났다. 어떡하지?”
그 순간 해동이는 좋은 꾀를 내어 큰소리로 호랑이를 불렀다.
“호랑아, 나 잡아봐라.”
호랑이가 바로 뒤돌아보았다.
“이런, 쬐그만 놈이 감히 나를 약 올리다니!”
화가 난 호랑이가 한달음에 해동이와 달순이 앞에 턱 버티고 섰다.
“어흥! 마침 배고픈데 잘됐군. 야들야들 맛있겠군. 한 입에~”
호랑이가 해동이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으악!”
해동이는 소리를 크게 지르며 꿈에서 깼다. 얼마나 놀랐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옆에서 잠들었던 달순이도 일어나자마자 엉엉 울었다.
“달순아, 왜 울어?”
“꿈에서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했어.”
달순이도 해동이와 똑같은 꿈을 꾼 것이다. 둘 다 참 이상한 꿈을 꾸었다.
“오빠, 아버지는 아직도 산에서 안내려 오셨나봐.”
“그러게. 벌써 캄캄해졌는데 집 앞에 등불이라도 밝혀놓아야겠다.”
해동이와 달순이가 마당으로 막 나가려는데 문틈으로 커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사립문 밖에서 호랑이가 어슬렁거렸다. 해동이가 달빛에 비친 호랑이를 보니 꿈속에서 아버지를 쫓던 바로 그 호랑이였다.
“으흐흐흐, 아까 놓친 먹잇감이 여기로 들어갔겠다. 똑똑똑, 문 열어라!”
호랑이는 사립문 밖에서 마당을 기웃거리며 소리쳤다. 부엌에서 풀뿌리를 다듬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온 줄 알고 있었다.
“여보, 당신이에요?”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호랑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호랑이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훌쩍 마당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흥, 여기에 야들야들한 먹잇감이 둘이나 들어갔지. 어서 내 놓아라.”
호랑이의 말을 알아챈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호랑이님, 제발 우리 아이들은 살려주시고 대신 저를 잡아 잡수세요.”
“으흥, 그것도 좋지. 너도 먹고 애들도 먹고. 좋아좋아!”
해동이는 어머니가 위험한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위험해. 안 돼.”
해동이가 막 나가려는데 아버지가 절룩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왔다. 호랑이 앞에 엎드린 아내를 본 아버지는 어머니를 밀치고 호랑이 앞에 버티고 섰다.
“호랑아, 나를 잡아먹어라. 나를.”
“오호! 아까 낮에 놓친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왔군.”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 앞발을 들었다 놨다 하며 좋아했다.
“아, 어떡헌다? 누구를 먼저 잡아먹어야하나?”
호랑이가 고민하는 사이 어머니는 다시 아버지를 밀치고 호랑이 앞에 나섰다.
“호랑이님, 우리 남편은 우리 집의 대들보이니 꼭 살아야합니다.”
“안 된다. 나는 귀도 안 들리고 다리도 절어 일도 못하니 나를 잡아먹어라.”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기둥입니다. 저를 잡아 잡수세요.”
“아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니 어머니가 꼭 있어야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호랑이 앞에 나서며 호랑이 밥이 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해동이와 달순이는 방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호랑이 앞에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호랑이님, 제발 저희 부모님을 살려주세요.”
“대신 저를 잡아가세요. 네?”
“우리 부모님은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저희들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만 하셨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저희들은 어차피 살 수가 없어요. 그러니 저희들을 잡아가세요.”
호랑이는 해동이와 달순이의 행동에 어리둥절하였다. 조그마한 어린아이들이 부모님을 살리려고 대신 죽겠다고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부모를 살리려는 해동이와 달순이의 효심에 가슴이 뭉클했다. 호랑이는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났다. 호랑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호랑이가 눈물을 흘리다니!”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 해동이와 달순이도 호랑이를 보고 얼떨떨했다. 그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호랑이가 사라지고 연기 속에서 작은 꼬마신령님이 나타났다.
“놀라지 말거라. 사실 나는 인간세상의 비를 관장하는 하늘나라의 신령이었다.”
“네? 호랑이님이 신령님이었다구요?”
“그동안 내가 도깨비랑 장난만 치고 노느라 비를 잘 돌보지 않아서 인간 세상에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었지.”
“맞아요. 작년에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무꾼 한 사람이 계곡물에 휩쓸려 죽기도 했어요.”
“그래서 나 때문에 우리 부모님은 하느님께 큰 꾸중을 듣고, 나도 그 벌로 호랑이 모습으로 살았던 거란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신령님이 된 거예요?”
“내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받으면 꼬마신령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거든.”
“감동? 어떤 감동이요?”
“부모님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너희들의 효심에 감동받았지. 덕분에 나는 이렇게 원래의 모습을 다시 찾게 되었단다. 고마운 너희에게 큰 복을 내려주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신령님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어? 꼬, 꼬마신령님.”
신령님이 사라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해동이와 달순이를 얼싸안았다. 어머니는 정말로 아이들이 살아있는지 믿기지 않아 해동이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아야, 어머니 아파요.”
“살았구나, 살았어.”
겨우 정신을 차린 가족들이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를 기다리느라 저녁도 먹지 못했던 해동이와 달순이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해동이와 달순이는 감자를 한 개씩 먹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조심스럽게 사립문을 열던 해동이와 달순이는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사립문 앞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빠, 이 바위 어제 그 호랑이하고 닮았어.”
“맞아, 동물들이 쳐다보면 진짜 호랑인 줄 알고 도망가겠다.”
한편, 끼니를 준비하려고 부엌으로 들어간 어머니도 깜짝 놀랐다. 지난 밤 감자를 다 먹고 분명 비어있었던 바가지에 쌀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네. 누가 쌀을 갖다 주었지? 남편이 어디서 얻어온 건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밥을 하려고 쌀을 쏟아내자 금세 바가지에 다시 쌀이 가득 찼다.
“여보, 여보! 이것 좀 보세요. 이 바가지가 요술바가지예요. 쌀을 퍼내면 또 차고 퍼내면 또 차요.”
“정말 신기하구려.”
해동이와 달순이도 신기한 바가지를 바라봤다.
“이 바가지가 어제 그 신령님이 주신 복인가 봐요.”
해동이의 말에 달순이도 박수를 쳤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제 우린 살았네, 살았어!”
요술바가지 덕분에 해동이와 달순이네 가족은 밥을 굶지 않게 되었다. 어머니는 바가지에 담긴 쌀을 한 끼에 딱 한번만 썼고, 남는 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 뒤로 그 바위 덕분에 해동이와 달순이 집에 무서운 동물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남고산 호랑이 바위는 전주의 효자이야기로 오래오래 전해지고 있다.
osg6355 | 조회 7800 | 2018-10-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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