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내 친구 동수 (작가 강영미)
내 친구 동수 (작가 강영미) -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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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찬아, 패스! 패스!”
동수가 공을 자기한테 달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는 재빠르게 아이들을 제치고 골대 앞까지 나갔다.
‘뻥!‘
있는 힘껏 발길질을 했지만, 공은 힘없이 툭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야, 박수찬! 혼자 공차냐?”
동수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뭐, 어쩌라고!”
나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동수의 어깨를 툭 쳤다.
‘분명 골인인데, 동수가 소리쳐서 그런 거야!’
골대 맞은 것이 꼭 동수 탓인 것만 같았다.
“수찬아! 빨리 와, 수비해야지!”
동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소리쳤다. 내 마음도 모르는 바보 같다. 그 모습이 더 얄미워 동수의 발을 걸고 주먹을 날렸다. 같이 축구하던 아이들이 말렸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내가 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찬! 이동수! 그만두지 못해!”
선생님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들렸다.
“둘 다 교무실로 따라와.”
나는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며 동수를 째려보았다.
“너희들! 왜 싸운 거야?”
얼굴을 찌푸린 선생님은 단단히 화가 났다. 의자를 거칠게 끌어당겨 앉았다.
“수찬이가 갑자기 달려들었어요.”
동수는 당당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수찬이 너도 말해봐!”
선생님이 안경을 치켜 올렸다. 매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저, 저는 잘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상대편 수비가 허술해서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둘 다 서로 잘하려다 다툼이 생겼으니 그만 사과하고 사이좋게 지내. 그리고 싸운 벌로 내일까지 상대방 장점 100가지 써오도록! 알겠지?”
‘나는 잘못 한 게 없는데 사과라니.’
선생님의 말에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닥만 쳐다보며 머뭇거렸다. 동수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치! 잘난 척은, 이 상황에 악수하자고!’
동수의 반응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야해!’
할 수 없이 나는 동수의 손을 잡았다 놓았다. 그리고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교실에서 뛰어나왔다.
“수찬아! 같이 가자.”
멀리서 동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가는 내내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떠오르지 않았다. 동수 때문에 선생님께 꾸중 듣고 힘든 숙제까지 하게 되어 억울할 뿐이었다.
항상 나를 유혹하던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문어꼬치도 시시했다. 늘 하던 삼국지 게임도 오늘은 영 점수가 나오지 않아 재미없었다. 게임을 하며 걷는 동안 집이 가까워 졌다. 가파른 오르막길 때문에 느림보처럼 천천히 걸었다. 구름다리만 건너면 자만동인데 친구와 싸웠다고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내가 친구와 싸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수화기 너머로 살짝살짝 들렸던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윙윙거렸다.
“에잇,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오목대를 향해 천천히 걷고 있었다. 동수와 자주 놀던 정자 아래 큰 나무 앞에서 걸음이 딱 멈췄다. 가방을 휙 던지고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파란 하늘은 심란한 내 마음과 달리 평온해 보였다. 동수의 장점을 생각하는데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장점, 장점,,,’
어디선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자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눈을 비비고 또 비벼 봐도 이상했다. 주위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빼곡했다. 머리를 길게 땋은 아이들이 하얀 한복을 입고 놀고 있었다.
‘옷차림이 좀... 뭐하는 애들이지?’
어리둥절해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옷이 왜 그래? 여자야 남자야?”
노느라 정신없던 아이들은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토끼 눈을 하고 속사포 같이 쏘아대듯 말했다.
“너야말로 머리랑 옷이 우리와 다르잖아?”
“너, 어디서 왔어?”
“이름이 뭐야?”
아이들이 한꺼번에 물어봐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어휴, 정신없어. 한 가지씩 물어봐, 난 박수찬! 근데 너희들 여기서 뭐해?”
“진법놀이 하고 있었어. 난, 이안사야. 아주 재미있어. 내가 알려 줄 게 같이 하자.”
이안사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이안사! 넌 왜 우리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결정해?”
키가 조금 작은 아이가 입을 삐죽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쟤는 옷도 이상하고, 처음 보는 애잖아!”
“맞아, 아무래도 수상해!”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보탰다.
“이상하긴,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야! 궁금한 게 많지만, 놀면서 천천히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혼자 결정한 거 정말 미안해.”
침착하게 대처하는 이안사의 말투와 행동이 동수와 비슷했다.
“우리가 좀 예민했다. 미안!”
아이들이 웃으며 이안사의 말을 받아주었다. 나도 진법놀이에 동참 했다.
“모두 돌격!”
이안사는 우렁찬 목소리로 적진을 향해 나아갔다.
“방어하라!”
상대편에서도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삼국지 게임과 진법놀이가 비슷해서 나는 진법놀이에 금방 익숙해 졌다. 축구로 단련된 달리기 솜씨도 한몫했다.
“수찬아, 진법놀이 처음 하는 거 맞아? 정말 잘한다!”
“발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더라.”
아이들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뭐, 이 정도쯤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휴! 힘들다. 우리 잠깐 쉬자.”
이안사의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땀도 많이 흘렸는데 시원한 좁은목에 가지 않으래?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자!“
이안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진법놀이가 시시해질 참인데 잘 되었다 싶었다. 모두들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좁은목을 향해 신나게 걸었다.
“우르르릉, 쾅! 쾅!“
“쏴아! 쏴아아!”
갑자기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폭풍우가 몰아쳤다. 우리는 깜짝 놀라 가까이 있는 큰 바위 아래로 몸을 피했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밖을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점차 비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모두 바위 밑에서 나가려던 참이었다.
“어~흥!”
쩌렁쩌렁한 소리에 놀라 나는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 주저앉고 말았다.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호, 호랑이다.”
집채만 한 호랑이가 턱 버티고 서서 이빨을 드러냈다.
“무서워! 어떻게 해.”
키 작은 아이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사시나무처럼 떨더니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와는 달랐다. 나도 숨이 막힐 정도로 무서웠다. 호랑이는 무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계속 번갈아 보았다.
“이러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겠어!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한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럴수록 틈을 보이면 안 돼!”
이안사는 호랑이와 계속 눈싸움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랑이가 덤비지 않고 주위만 어슬렁거렸다.
“얘들아!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도 있잖아. 아무리 호랑이지만 한꺼번에 우리 모두를 잡아먹지는 못할 거야. 걱정만 하지 말고, 우리 여기서 빠져 나갈 작전을 짜보자.”
이안사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돌을 던져 쫓아낼까?”
“죽은 척 할까?”
우리는 더 바짝 붙어 앉았다.
“이건 어떨까? 모두 윗도리를 벗어서 동굴 밖으로 던지자. 그래서 호랑이가 입에 문 옷 주인이 먼저 나가는 거야.”
이안사의 말에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듯 아이들이 머뭇거렸다.
“이안사, 그럼 너부터 던져봐! 그런 다음 우리도 던질게.”
키 작은 아이가 재촉했다.
순간 이안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곧 눈을 감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결심이라도 한 듯 숨을 가다듬고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 그럼! 내가 먼저 던질 테니 너희들도 바로 던져!”
“이안사, 지금이야!”
키 작은 아이가 이안사를 힘껏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이안사를 잡아야할까, 나서지 말아야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내 손은 이미 이안사를 붙잡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에 끌리듯 밖으로 튕겨 나왔다.
“우르르릉 꽝!”
“빠지직!”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땅이 울리고 바위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입구가 막혀 버렸다.
“어떡해! 다 못 나왔는데.”
나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안사도 호랑이도 보이지 않았다. 꿈인가 싶어서 내 볼을 몇 번이나 꼬집어보았다.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엄마였다.
“너 도대체 어디야? 학원도 안 왔다고 하던데!”
벌떡 일어나 보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게 모두 꿈이었어?’
꿈이라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다.
집에 가는 길에 동수 장점이 떠올랐다. 꿈에서 만난 이안사와 동수는 닮은 점이 많았다.
‘잘 생겼다, 활발하다, 적극적이다, 똑똑하고 이해심이 많다, 용감하다...’
어디선가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동수였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그제야 나는 말갛게 갠 얼굴로 오른손을 쭉 내밀어 동수의 손을 힘 있게 잡았다.
“동수야! 미안했어.”
동수의 손은 참 따뜻했다.
osg6355 | 조회 7333 | 2018-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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