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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 입 큰 자라는 왜 돌을 먹었을까? (작가 김휘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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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큰 자라는 왜 돌을 먹었을까? (작가 김휘녕)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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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쌰, 으랏차

인부들이 전주 천변에서 커다란 바위를 번쩍번쩍 들어옮겼어.

여기서 빨래하면 안돼요!”

한 인부가 아낙네들에게 소리쳤어.

무슨 공사를 헌다요?”

큰 다리를 놓고 있당게요.”

아따, 다리가 생기면 남원, 순창 사람들도 쉽게 오가겠구마잉

아낙네들과 인부들은 벌써 다리가 완공이라도 된 듯 이야기꽃을 피웠어. 그때 늦잠꾸러기 자라가 눈을 반쯤 뜬 채 일어났어. 이 자라는 나이가 천 살이 넘었어. 몸집은 집채만 하고, 입은 고래보다 커서 밥을 무지하게 먹지. 그런데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에 입큰자라는 고개를 저었어. 이곳에 자리 좀 잡아볼까 했더니 공사가 끝날 때까지 시끄러워 못 살 것 같았어.

이 바위는 어디서 왔능가?”

석공이 인부에게 물었어.

황방산에서 왔디야.”

거그 석재가 허벌나게 좋다는 소문을 들었는디 여그까지 넘어왔네잉.”

석공이 바위를 찬찬히 살폈어. 입큰자라는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황방산에 좋은 돌들이 많다고? 옳거니, 그곳에 멋진 바위집을 짓고 살아야겠어!‘

천 년 동안 전주 곳곳을 떠돌던 입큰자라는 마지막 이사채비를 꾸렸어. 며칠 동안 엉금엉금 기어서 황방산 아랫마을에 다다랐어. 서쪽에 있는 이 마을은 서곡마을이라고 불렀어. 자라는 널찍한 바위로 지붕과 벽을 세우고 자갈로 바닥을 채워 집을 지었어. 처음 지어보는 돌집인데 꽤 그럴싸했어. 그리곤 매일 집 앞을 어슬렁거리며 오지랖 넓게 서곡 사람들이 뭘 하고 사는지 매일 동네를 살펴보았어.

어무이! 우리도 다른 마을처럼 고구마랑 감자 심으면 안 된다요?”

석이가 매일 먹는 밀가루죽에 질려 투정을 부렸어.

녀석아, 너그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집에서 옥수수나 먹고 가거라.”

서곡마을 오지랖 대왕 임씨가 지나가다 말했어. 임씨는 이집 저집 힘든 일도 척척 도와주는 착한 참견쟁이야.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석이네는 작년에 아빠가 돌아가신 후 형편이 더욱 안 좋아졌어.

우리 동네는 언제나 농사가 풍년이 들려나

입큰자라는 석이엄마가 참 딱했어. 그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작물 밭이 아니라 거의 짱돌 밭인 거야.

이렇게 생겼으니 흉년이지!’

입큰자라는 서곡마을 사람들이 안쓰러워서 도와주고 싶었어.

짱돌들을 모두 치워줘야겠어.”

그날 밤부터 입큰자라는 대문짝만한 손으로 자갈을 골랐어. 하지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 자꾸만 흙이 딸려 나왔거든. 게다가 몸이 무거워서 한번 움직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동틀 때까지 반도 못 치우고 지쳐 널부러지고 말았어.

이렇게 몸이 안 따라주니 원, 내게 특별한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다음날 입큰자라는 석이엄마가 황방산에 오르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몰래 뒤를 밟았지.

요새 무슨 소원을 그렇게 비느라 산에 올라요?”

황방산 입구에 사는 방숙이엄마가 물었어.

산신령님만 아는 비밀이여!”

입큰자라가 조용히 엿들었어.

황방산 산신령님이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나도 빌어볼까.’

입큰자라는 석이엄마를 뒤따라갔어.

산마루에 오르니 처음 보는 돌탑이 잔뜩 쌓여 있었어. 석이엄마는 돌탑 위에 돌을 몇 개 올려놓더니 손을 모았어.

산신령님, 올해는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거 하나라도 원 없이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도 저렇게 기도를 하면 진짜 소원이 이뤄지려나?’

입큰자라도 석이엄마가 쌓은 탑 위에 돌 몇 개를 얹고 기도했어.

비나이다.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마을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십시오.”

기도를 마쳤으나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산신령님께 내 목소리가 안 들리나?“

입큰자라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또 산에 올랐어. 이번엔 새 돌로 직접 탑을 쌓아 올리며 기도했지만 역시나 대답이 없었어. 이튿날은 큰 보따리에 이불이랑 음식이랑 요강까지 챙겨 산에 올랐지. 산신령님이 소원을 이뤄주실 때까지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었어.

오늘따라 가시나무가 왜 이렇게 많아.’

입큰자라는 사람들이 다칠까봐 큰 입으로 가시나무를 정리하며 올랐어.

대낮에 먹구름이 한가득 이네.’

금세 거센 바람과 장대같은 비가 몰아쳤어. 나무들이 허리를 휘청거리자, 입큰자라 머리 위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어. 집채만 한 자라도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날씨가 매서웠어. 그래도 자라는 산을 내려가지 않고, 그 동안 쌓은 탑이 쓰러지지 않게 붙잡고 버텼어.

아이고,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이래요. 산신령님, 제발 서곡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주를 딱 하나만 주십시오!”

입큰자라가 크게 외쳤어. 점점 폭풍이 잦아들더니 산신령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네 간절한 기도를 듣자하니 재목이구나. 너에게 능력을 줄 테니 오늘부터 마을의 짱돌을 먹어 보아라.”

입큰자라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지만 산신령님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어.

돌을 먹어서 어쩌라는 거지?’

입큰자라는 산신령님의 말에 실망스러웠지만 일단 마을의 짱돌들을 모아 보기로 했어.

내가 아무거나 잘 먹어도 돌은 좀...’

입큰자라는 일단 산신령님을 믿고 짱돌을 몽땅 입에 넣고 꿀꺽 삼켰어. 그리곤 몇 시간이 지났어.

아이고 배야!”

배가 살살 아픈 입큰자라는 볼 일을 보려고 인적 없는 곳으로 부랴부랴 기어갔어.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석이네 담벼락을 지나다 주저앉아버렸어. 실례를 하고 말았지 뭐야. 얼굴이 빨개진 입큰자라는 자기가 싼 똥을 보고 깜짝 놀랐어.

이게 다 내 똥이야?”

신기하게도 촉촉한 똥은 냄새가 나지 않고 빛이 났어.

이건 똥이 아니라 거름이잖아!“

입큰자라는 바로 이것이 산신령님이 주신 재주라는 걸 깨달았어. 그때 석이랑 석이엄마가 집을 나서다 입큰자라가 누고 간 거름똥을 발견했어.

에구머니! 귀한 거름이 어디서 왔당가?”

엄니, 이건 부잣집 밭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름 아니래요?”

석이엄마는 산신령님이 드디어 소원을 들어주셨다고 생각했어. 입큰자라는 기분이 좋아서 아침, 점심, 저녁까지 매일 세 번씩 돌을 먹었지. 그렇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짱돌 밭에 끙끙 거름똥을 싸 놓았어.

이제 서곡마을에 풍년이 들겠구만!”

동네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 입큰자라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서 돌을 더 많이 먹고 끙끙 똥을 쌌어.

어느 날, 입큰자라가 임씨네 밭에 널려있는 짱돌을 먹고 있었어. 와그작 와그작 씹다가 더위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조금 뒤에 임씨가 밭을 매러 왔다가 놀라서 뒤로 자빠졌어.

임씨 눈에 자라가 보이는 거야. 믿을 수가 없어서 허벅지를 꼬집어 봤는데 거대한 자라가 보였지. 착한 참견쟁이 아저씨 눈에 착한 오지랖쟁이 자라가 보인 모양이야.

여보게들, 이렇게 큰 자라를 본적 있능가?”

임씨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말했지만 다들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저었어.

자라양반! 일어나 보소.”

임씨가 곤히 자고 있는 자라를 깨웠어. 잠에서 깬 입큰자라는 임씨가 자기를 부르는걸 알아채고 화들짝 놀랐어.

혹시 제가 보이셔요?”

보이다마다! 자라양반이 우리 마을을 살린 구세주였구려.”

입큰자라는 처음으로 자기를 알아봐준 사람이 나타나서 신기하기만 했어. 임씨는 짱돌밭을 거름 밭으로 일궈준 자라에게 고맙다며 악수를 청했어.

혹시 내가 도울 것이 없능가?”

아녀요, 이건 산신령님이 주신 제 특별한 재주이니 혼자 할 수 있어요.”

입큰자라는 한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꼬박 꼬박 먹고 거름똥을 쌌어.

저렇게 딱딱한 돌만 먹다가는 목구멍이나 똥구멍이 남아나질 않겄는디?’

임씨아저씨는 입큰자라를 도울 고민을 했어.

옳거니! 자라가 쉴 수 있는 방죽을 만들어야겠군.’

입큰자라가 땀을 씻어내고 마른 목도 축일 수 있게 마을 빈 터에 방죽을 만들기로 한 거야. 아저씨는 자라 입처럼 커다란 삽을 만들어서 열심히 땅을 팠어. 가운데에 근사한 버드나무를 심고 물을 채웠어.

아부지, 이게 다 뭐래요? 왜 멀쩡한 땅을 저수지로 만들었대요?”

임씨네 아들이 물었어.

허허, 이건 저수지가 아니라 방죽이야. 우리를 먹고살게 해준 은인에게 주는 선물이여.”

임씨가 멀리서 열심히 돌을 먹고 있는 자라를 보며 말했어.

은인이요? 시방 그게 무슨 말이요?”

임씨는 아들을 보고 웃었어. 그리고 입큰자라를 데려와 방죽을 보여줬어.

앞으론 매일 여기서 쉬다 가도록 해. 자넬 위한 거네.”

, 정말 고맙습니다. 천 년을 떠돌아도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 봐요.”

입큰자라는 버드나무 방죽, 아니 오아시스 같은 방죽을 선물 받고 기뻐했지. 그래서 전보다 더 돌을 많이 먹고 거름똥도 왕창 쌌어. 덕분에 서곡마을에 짱돌밭이 거의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은 상상도 못했던 벼농사를 짓게 되었어. 게다가 마을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가득했고, 소문을 들은 옆 동네 사람들도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시작했어.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임씨는 할아버지가 되었어. 임씨는 몸이 쇠약해져서 더 이상 이 집 저 집을 참견하고 다닐 수가 없었지.

아버지, 이제 거동도 불편하신데 저희 집으로 오셔서 편히 쉬세요.”

멀리 사는 아들이 임씨를 모셔가려고 찾아왔어. 임씨는 아들의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 그동안 둘도 없는 친구가 된 입큰자라와 작별인사를 해야 했어.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거름똥을 싸느라 지쳐서 자고 있는 자라를 보니 깨울 수가 없었어. 그렇게 임씨는 큰아들과 함께 서곡마을을 떠났어. 아침이 되자 입큰자라는 텅빈 임씨 집을 보고 무척 섭섭했어. 그렇지만 늘 하던 대로 마을을 위해 짱돌을 먹으며 임씨를 기다렸어. 이제 방죽은 물을 채워줄 사람이 없어서 메말라가기 시작했어. 입큰자라는 임씨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자기가 떠난 사이에 임씨가 돌아올까 봐 아직도 서곡마을에 머문다고 해. 여전히 마을의 안녕을 바라며 좋은 땅을 만들면서 말이야. 혹시 누가 임씨 소식을 안다면 서곡에 들러 입큰자라에게 전해주겠니? 

 

osg6355 | 조회 25 | 2018-10-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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