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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 바위에 새 긴 됫박 (작가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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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 긴 됫박 (작가 최은희) -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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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상담문의 :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융합사업단 오성근 매니저(063-281-4136) 

 

 

황방산 근처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곳은 가뭄에도 샘이 마르지 않아 농사짓기가 수월하였다. 매년 풍년이 들었고, 이웃 간에 인심이 넉넉했다.

어느 날, 먼 남쪽바다에 왜군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동네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전쟁은 금방 끝날 것 같았는데 3년이나 흘렀다. 전쟁이 길어지자 민심이 흉흉해졌다. 눈치 빠른 김 서방과 욕심 많은 최 서방은 곰곰이 생각했다.

언제 피난 갈지 모르니 올벼쌀을 항아리에 숨겨 두는 게 좋겠어.’

비상식량으로 미숫가루를 만들어서 감춰둬야지.’

형편이 어려운 이 서방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쌀 한 톨 없이 어떡하나.”

이 서방은 넉넉한 김 서방에게 쌀을 빌리러 갔다.

여보게, 김 서방! 안에 있는가?”

김 서방이 방문을 빠끔히 열고 이서방을 바라보았다.

어쩐 일로 자네가 우리 집에 왔는가?”

김 서방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지냈는가? 다름 아니라, 그게 말일세. 혹시 쌀 좀 빌려줄 수 있겠나?”

김 서방은 이 서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린가! 나도 없네. 이제 다른 할 말 없으면 가보게.”

할 수 없지알겠네. 잘 있게나.”

이 서방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집으로 가고 있는데, 박 서방이 건너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 있는가? 왜 이리 힘이 없나?”

어이구, 박 서방, 잘 지냈는가? 좀 전에 김 서방네 다녀오는 길이네. 아이들이 며칠째 굶고 있어서 쌀을 좀 변통하려고.”

전쟁통에 형편이 예전 같지 않지. 쌀은 좀 구했는가?”

아니, 못 구했네.”

참 딱하게 되었네. 우리 집으로 잠시 가세나. 쌀이 조금 있는데 나눠주도록 함세. 아이들에게 죽이라도 쒀주게나.”

자네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을 텐데, 정말 고맙네. 이 은혜 잊지 않고 꼭 갚겠네.”

뭔 소린가,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지. 산 입에 거미줄 칠 순 없잖은가!”

박 서방은 이 서방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전쟁이 길어지자, 임금님은 전라감사에게 명을 내렸다.

왜적에게 한 톨의 쌀도 빼앗겨서는 안 된다. 황방산성에 군사를 주둔시켜 어떻게든 막도록 하여라.”

임금님의 명으로 전라감사는 병사들을 징발했고, 황방산이 가까운 두이현감(豆伊縣)에게 그들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몇 개월 동안 마을을 평안하게 다스린 두이현감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새 현감이 부임하였다. 그는 욕심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 기회에 황방산을 지키는 병사들을 핑계로 세금이나 왕창 걷어야겠군.‘

대청마루에서 봄볕을 쬐던 새 현감은 기다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골똘히 생각했다.

여봐라, 거기 이방 있느냐?”

, 사또. 이방 대령해 있나이다.”

군역조세를 걷어야겠다.”

, 사또. 바로 시행하도록 하겠나이다.”

이방은 사또의 명대로 마을 여기저기에 방을 붙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한 집에서 매달 쌀을 한 말씩 내라고?”

그게 가당키나 한가!”

지금도 힘든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린지.”

도대체 신관 사또는 우리 형편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네!”

다음날, 조세를 걷던 이방은 친구인 김 서방네 집에 먼저 들렀다.

잘 지냈는가?”

어서 오게나, 자네가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두었네. 이 정도면 되겠는가?”

이만큼이면 되었네.”

이방은 김 서방에게 속닥거리며 적은 양의 쌀을 가마니에 부었다. 그 광경을 울타리 너머로 보고 있던 박 서방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이상하네. 한 말보다 훨씬 적은데, 도대체 이방을 믿을 수 있어야지.’

 

사실 이방과 박 서방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난 해, 용두레로 논에 물을 대는 시기였다. 저수지 가까운 위에 논이 있는 김 서방은 물고랑을 바라보며 꾀를 내었다.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은데, 아래 논까지 언제 물을 흘려보내나이른 아침이니 우선 내 논에 먼저 물을 대야지.’

김 서방은 물고랑을 막아 아주 조금씩 아래로 흐르게 했다. 옆 논에서 일 하던 박 서방이 그 모습을 보고 김 서방에게 한 마디 했다.

그렇게 하면 저 아래에 있는 최 서방의 논에는 언제 물을 다 대는가?”

아니, 자네가 무슨 상관인가? 최 서방은 아무 것도 모르는데.”

농사철이라 마을을 매일 시찰하던 이방은 평소 친한 김 서방을 두둔했다.

김 서방이 먼저 물을 대야하는 이유가 있겠지. 자네는 그렇게 시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가?”

거참, 이방! 자기만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떡하라는 건가?”

박 서방은 그날 이후로 이방이 자기와 친한 사람들 입장만 생각하며 공평하지 않다고 여겨져 그를 더 유심히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이윽고 이방은 다른 집을 거쳐 박 서방네 집 울타리에 들어섰다.

여보게, 조세 걷으러 왔네. 아니, 이것밖에 없는가? 쌀을 조금 더 가져오게.”

이방은 깐깐한 목소리로 박 서방에게 말했다. 박 서방은 아까 김 서방네 광경이 떠올라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방! 아까 김 서방에게 쌀을 걷는 걸 봤네. 왜 나한테는 더 내라고 하는 건가?”

아니, 더 내라면 낼 것이지, 무슨 말이 많아!”

무슨 조세를 이리 많이 걷는단 말인가? 우리 먹을 식량도 부족하네. 나는 더 이상 한 톨도 못 내겠네.”

사또 명을 거역할 셈인가? 자네가 험한 꼴을 당해야 정신을 바짝 차리겠군.”

이방은 박 서방에게 더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두 사람의 싸우는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말렸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강당사 스님이 지나가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마을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두 분은 진정하십시오.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싸움이 끝도 없지요.”

스님은 저희 일에 상관하지 마십시오. 오늘 박 서방과 결판을 내야겠습니다. 저는 사또의 명을 받아 조세를 걷을 뿐입니다.”

스님, 전쟁으로 백성들 살림살이가 어렵습니다. 군역조세로 쌀을 많이 걷어 가면 저희는 어떻게 삽니까? 게다가 누구는 많이 걷고, 누구는 조금 걷고, 공평하지 않습니다.”

스님은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려 했지만 중재할 현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똑같은 양을 재는 그릇이 있으면 좋을 텐데...’

스님은 한참을 생각해도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스님은 최 부자 댁에 볼 일이 있어 서둘러 황방산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한참을 걸어 광랑골을 지나 정상에 다다랐다.

이 바위에서 잠시 쉬어 가야겠군.”

스님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산들바람을 쐬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무당벌레가 앉은 자리는 바위가 조금 패인 곳이었다.

~! 바위에 한 말 크기를 파놓으면 되겠구나! 한 번 파놓으면 누가 그 양을 늘리거나 줄일 수도 없을 테니까. 게다가 여기는 여러 마을과 연결되는 곳이니 딱 안성맞춤이야!”

스님은 서둘러 마을로 다시 내려갔다. 다음 날, 스님은 쌀자루를 메고 석수장이와 함께 그 바위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바로 여기에 쌀 한 말이 들어가도록 파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스님!”

석수장이는 망치와 정으로 바위를 파기 시작했다. 바위 중앙에 움푹한 사각형이 생겼다. 석수장이는 일을 마치고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줬다.

여보게, 강당사 스님이 한 말 크기를 잴 수 있는 구멍을 파놓았다네. 광랑골 지나 정상 부근의 바위에 말일세.”

그게 정말인가? 참 잘 되었네. 이제 양이 달라 다투는 일이 없겠어.”

다음 달, 이방이 박 서방네 집에 다시 들렀다.

여보게, 조세 걷으러왔네.”

왔는가? 그동안 자네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네.”

우리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닌데, 자네가 왜 날 기다렸는지 모르겠군.”

박 서방이 들고 나온 쌀자루를 유심히 바라보던 이방은 못마땅한 말투로 말했다.

왜 쌀을 모자라게 가져오나. 더 많이 가져오게.”

자네가 무슨 근거로 모자란다고 하는가? 바로 이게 쌀 한 말일세.”

그러는 자네는 뭘 믿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하는가?”

내 그럴 줄 알고 미리 재어두었지. 강당사 스님이 광랑골 바위에 한 말 크기를 정확히 만들어 놓았네. 마을 사람들은 거기서 똑같은 양을 잰다네. 이방인 자네는 그것도 몰랐는가?”

아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현명한 그 스님이 하셨다면 잘 만드셨겠지! 알았네, 이리 주게.”

이방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박 서방네 집을 나섰다.

 

지금도 사람들은 공명정대한 정신이 살아있는 그 바위를 말바위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바위가 있는 마을은 곡식을 재는 말 두()와 고개 현()자를 써서 두현마을이라 부르고 있다. 

 

 

osg6355 | 조회 16 | 2018-10-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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