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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 학이 맺어 준 인연 (작가 주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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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 맺어 준 인연 (작가 주하영) - 지역(우리 동네)원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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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학이 화살에 맞았잖아!“

전주천을 따라 산책을 하던 연화낭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학 한 마리가 냇가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연화낭자는 재빨리 학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얼른 주위에 있는 나뭇잎을 주워서 피를 흘리고 있는 학의 몸을 눌러주었다.

꿩을 쏘려했는데…….’

나무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용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연화낭자를 바라봤다. 자신의 잘못으로 귀한 학이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정용은 어서 달려가서 학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한참 동안 지켜보던 정용은 진심을 다해 학을 치료하고 있는 연화낭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치료에만 열중하는 모습이 고맙고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숨어 있는 것은 비겁한 일이야. 솔직하게 학이 다친 상황을 이야기하고 내가 학을 돌보겠다고 말해야 해.’

정용은 마음을 다잡고 사죄를 하러 연화낭자에게 다가갔다. 쭈그리고 앉아 치료를 하고 있던 연화낭자는 정용을 올려다보았다.

저는 정용이라 하오. 실은 꿩을 잡으려다 그만 화살이 빗나갔습니다. 제 잘못이 크니 학이 나을 때 까지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겠소.“

그러셨군요. 학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걱정이에요.”

미안해서 얼굴이 빨개진 정용은 연화낭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하오. 학에게도 그대에게도. 헌데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연화라고 합니다. 도련님께서 진심으로 학을 걱정하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부디 학이 무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세요.“

연화낭자는 정용의 솔직한 모습에 믿음이 가서 학을 건네주었다.

정용은 자신의 집에 학을 데려와서 정성들여 치료를 했다. 매일매일 학의 상태를 살폈다.

내 잘못으로 네가 고통을 당하는구나. 미안하다. 어서 나아야지.”

정용은 기운 없이 엎드려있는 학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더 걱정하고 있을 연화낭자를 떠올렸다. 매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친 학을 지켜보던 연화낭자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학은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정용은 학이 점점 회복되자 연화낭자에게 편지를 썼다. 학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고, 해가 질 때쯤 처음 만난 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학이 다 나은 걸 확인한 정용은 며칠 뒤 학의 다리에 편지를 묶어 연화낭자의 집에 날려 보냈다.

마당에 있던 연화낭자는 학이 날아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다친 학이었다.

, 다 나았구나.“

연화낭자는 기뻐서 손뼉을 쳤다. 학은 연화낭자 앞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학의 다리에 묶인 편지를 읽은 연화낭자는 정용의 따뜻한 마음에 반해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해가 저물 때 쯤 연화낭자가 둘이 처음 만난 곳에 가보니 정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낭자, 보고 싶었소. 학을 돌보며 늘 낭자를 그리워했다오.”

도련님, 그동안 얼마나 애쓰셨어요. 저도 가끔 도련님 생각을…….”

둘은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후 학이 맺어준 인연으로 둘은 점점 사랑에 빠졌다.

얼마 뒤 정용은 용기를 내어 연화낭자의 집에 찾아갔다. 원님은 정용을 찬찬히 살폈다.

연화 낭자를 사랑하옵니다.“

허허, 우리 연화를 사랑한단 말이냐? 눈빛이 밝고 코가 시원하게 높은 것이 참으로 복스럽게 생겼구나.“

정용을 본 연화낭자의 아버지 원님은 기분이 좋았다.

고맙습니다. 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연화낭자를 지킬 것이옵니다.”

정용이 원님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자 원님이 흐뭇하게 둘을 바라다보았다.

원님의 허락을 받은 정용과 연화낭자는 후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날 한 남자가 원님을 찾아왔다. 남자는 연화를 짝사랑하는 양반 집안의 아들 만유였다. 만유는 원님이 들으라고 문 앞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정용에 대해 할 말이 있소이다.”

방에서 소리를 들은 원님이 궁금하여 바깥으로 나왔다.

무슨 소리냐?”

정용은 역적의 자식인데 어떻게 연화낭자와 혼인을 한단 말이요!“

? 정용이 어쩌고 저째?“

만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가 난 원님은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벼락같이 연화를 불렀다.

연화, 게 있느냐? 너는 정용이 역적의 자식인 것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난 정용을 사위로 맞을 수 없다.“

원님은 그 말을 하고는 문을 쿵 닫고 방에 들어갔다.

그 후 원님은 연화가 더 이상 정용을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연화낭자는 하루하루 정용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에게 가서 정용을 받아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는 정용의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원님의 결심이 확고한 것을 확인한 연화낭자는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며칠 뒤 연화낭자는 미리 싸둔 짐을 챙겼다. 주위를 살피던 연화낭자는 방에서 나와 까치발로 조심조심 장독대 위에 올라가 담을 넘었다. 어두운 밤을 헤치며 떨리는 마음으로 정용에게 달려갔다.

달을 보며 서있던 정용이 깜짝 놀랐다. 정용 또한 연화처럼 그리움에 겨워 매일 밤 달을 보며 연화를 보게 해달라고 빈 것이었다.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아니, 이 늦은 밤에 어찌된 일이오?“

보고 싶은 마음에 한 걸음 달려왔어요. “

미안하오. 그리고 고맙소.”

둘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

그 후 연화와 정용은 학마을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봄에는 꽃구경을 가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지내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달이 지나, 연화가 조심스레 정용의 눈치를 살폈다.

저희 어머니는 잘 계시겠지요?“

연화의 마음 한 쪽에는 늘 부모님이 걸렸다.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이 깊어진 연화는 결국 앓아누웠다.

연화, 내가 산에 가서 약초를 캐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

정용은 연화의 아픈 모습을 보고 걱정했다.

조금만 누워있으면 괜찮아 질 거예요. 날도 흐린 데 그냥 집에 있어요. “

연화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용은 그럴 수 없다며 집을 나섰다.

집에서 기다릴 연화를 생각하며 정용은 약초가 많이 있는 산으로 높이 더 높이 올라갔다. 좋은 약초를 구해서 연화낭자가 빨리 낫기를 바랐다.

해가 어둑어둑 해지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연화가 집에서 기다릴 텐데...... “

정용은 비를 피하기 위해 나무 밑으로 몸을 피했다. 비가 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

정용은 놀라서 소리 나는 곳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울음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어흐흥

몸을 움츠리고 있던 정용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 흰빛을 뿜으며 호랑이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정용은 뒷걸음질을 쳤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정용이 뒤를 돌아보니 낭떠러지였다.

살려주세요! “

나뭇가지에 베어서 팔에 상처를 입은 정용이 피를 흘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용은 손을 뻗어 옆에 있던 돌을 호랑이에게 던졌다. 화가 난 호랑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용에게 달려들었다.

호랑이에게 잡혀서 먹느니 물에 빠지는 게 낫겠구나.’

정용은 눈을 꼭 감고 전주천 바위 밑으로 몸을 날렸다.

비가 그치고 날이 저물었다.

집에 있던 연화는 깜빡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두리번거리며 정용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정용은 없었다.

벌써 이렇게나 어두워 졌네. “

새벽에 나간 정용이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던 연화는 정용을 찾아 나섰다. 연화는 숨을 헐떡이며 우뚝 서 있는 큰 바위까지 올라갔다.

낭군님, 어디에 있나요!”

연화의 메아리만 들릴 뿐 정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연화는 풀이 죽은 채로 먼 하늘만 올려 다 보았다.

그때 저 멀리서 전주천 물살을 타고 무엇인가 떠내려 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정용이었다.

. . . 서방님

연화는 손과 발이 떨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연화는 정용이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살아 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연화는 눈물을 흘리며 정용이 있는 전주천에 몸을 던졌다. 연화는 물속에서 정용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연화낭자의 눈물이 반짝이더니 전주천에 퍼져서 빛났다. 정용과 연화는 영혼이 되어 서로를 볼 수 있었다. 둘은 보자마자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물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맞이했다. 아직까지도 영혼으로 맺어진 정용과 연화낭자의 사랑이 전주천 각시바위에 깃들어져 있다. 

 

osg6355 | 조회 2352 | 2018-10-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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